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두 세상 사이에서 방황하기 마련이다. 이상(理想)은 드높지만 현실은 미약하며, 영혼은 고결하지만 육신은 비루한 욕망을 추구한다. 인간사의 근본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이렇게 두 세계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그려낸 오페라가 바로 바그너의 명작 '탄호이저'다.
이 오페라의 메시지는 장중하지만, 그 내용은 바그너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대부분의 바그너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여성의 희생에 의한 남성의 구원'이라는 주제는 진부할 것 같지만, 막상 극을 접하고 보면 그 웅변은 의외로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음악은 아름다운 한편, 이미지가 뚜렷하다. 이 오페라의 배경은 대조적인 두 세계이다. 하나는 순결과 순정(純情)의 세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환락과 육욕(肉慾)의 세계다. 그리고 각각 한 명씩의 여성이 두 세계를 대표하는데, 이름은 각각 엘리자베트와 베누스(비너스)다.

- ▲ 독일 음악 페스티벌에서 무대에 오른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한 장면. /Getty Images 멀티비츠
그래서 두 여인의 역을 맡은 소프라노는 경쟁하듯이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보여주게 되는데, 이 점이 이 오페라의 큰 매력이다. 바그너가 대조하려고 했던 두 세계가 각각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회를 상징한다고 보는 학자가 있는 반면, 융성하였지만 부패한
프랑스와 가난하지만 정신성이 살아있는
독일로 본 견해도 있었다. 두 세계는 또한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가진 자와 없는 자, 지배층과 피지배층, 또한 노(勞)와 사(使)가 될 수도 있다. 또 유럽과 제3세계, 보수파와 개혁파, 현실과 이상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주인공 탄호이저는 두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데, 그것은 바그너의 모습이자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중세 독일의 기사이자 음유시인인 탄호이저는 튀링겐 지방 영주의 조카딸인 엘리자베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베누스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베누스와 꿈같은 환락의 시간을 보낸다. 탄호이저는 자신의 원래 세계로 돌아오지만, 음유시인(吟遊詩人)들이 모여서 시와 노래를 겨루는 경연(競演)대회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맛보았던 육욕의 세계를 찬미하고 만다. 이에 사람들은 탄호이저가 금단(禁斷)의 세계에 갔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큰 벌을 받게 된다. 사면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황의 용서를 받는 일인데, 교황조차 그를 외면한다.
하지만 탄호이저의 영혼은 결국 구원을 받는데, 그것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엘리자베트의 희생, 즉 그녀의 죽음에 의해서이다.
이 오페라의 내용보다도 더 큰 매력은 음악이다. 무척 유명한 서곡(序曲)을 시작으로 시종 바그너의 유려한 관현악이 듣는 이를 감동의 세계로 이끈다. 서곡 외에도 '베누스베르크 음악'과 '바카날레' 그리고 '입당행진곡' 등의 관현악곡이 잘 알려져 있다. 아리아 중에서도 엘리자베트의 '노래의 전당이여'와 '엘리자베트의 기도', 탄호이저가 부르는 '베누스 찬가'와 '로마 이야기', 친구 볼프람이 부르는 '저녁별의 노래', 그리고 유명한 합창곡인 '순례자의 합창' 등 명곡이 즐비하다.
추천 음반
CD=솔티 판 (1970년, 데카)
르네 콜로(탄호이저), 헬가 데르네쉬(엘리자베트), 크리스타 루드비히(베누스), 빅터 브라운(볼프람) /지휘: 게오르그 솔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악우협회 합창단
추천 이유: 최고의 탄호이저 음반의 하나로서 콜로와 루드비히의 가창이 대단하다. 빈 필의 연주력과 전성기 데카 기술진의 테크닉이 한데 어울려 최고의 음향을 만들어 냈다.
DVD=바이에른 판 (1994년)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실황
르네 콜로(탄호이저), 나딘 세쿤드(엘리자베트), 발트라우트 마이어(베누스), 베른트 바이클(볼프람) /지휘: 주빈 메타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합창단 /연출: 데이비드 올든 /무대: 로니 토렌
추천 이유: 올든의 연출은 뮌헨의 대형 무대에서 뛰어난 시각 효과를 보이는데, 서곡 부분에서 극의 상징적 장면들을 모두 보여주면서 관객을 압도한다. 두 여주인공은 각각 청순하고 요염한 모습을 성공적으로 표현해 낸다.